3월과 9월은 학기가 시작하는 시즌입니다. 부모와 아이 모두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될 학교생활을 준비해야 할 시기이건만 규칙적이고 긴장된 생활을 해야 하는 학교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유치원 생활을 경험한 아이들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큰 변화일뿐더러 시간, 공간적으로 더 많은 규율과 규칙적인 생활을 따라야 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인생에 있어 초등학교 입학은 사회로 향하는 피할 수 없는 첫 관문과도 같은 것입니다. 우리 아이의 성공적인 학교생활을 위해서는 아이가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부모의 각별한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취학을 앞둔 아이를 둔 부모가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
초등학교에 입학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적응해나가지만, 일부 아이들은 입학한 지 제법 시간이 지나도 학교에 가기 싫어하거나, 학교 관련 이야기만 나오면 막연한 불안감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몇몇 아이들은 문제가 될 정도의 학습 부진을 나타내며 이와 연관된 스트레스로 힘들어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와 떨어지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불안을 느끼지만, 이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극복됩니다. 그러나 평소 익숙지 않았던 학교에서 부모와 떨어져 생활한다는 것은 어린이에게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아이들은 ‘분리 불안(separation anxiety)’ 증세를 보이기도 합니다.
분리 불안을 느끼는 아이들은 말 그대로 심할 정도로 부모와 떨어져 있기를 싫어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거나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두통, 복통 등의 다양한 신체 증상을 호소합니다. 또한 잠을 잘 못 자고 꿈을 자주 꾸며 식욕이 이전과 달리 현저하게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에 이르면 반드시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들이 직접 할 수 있는 분리 불안 예방법은 입학하기 전에 아이가 다닐 학교를 미리 몇 차례 방문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등교 시간에 맞춰 아이와 함께 학교에 가면서 학교는 재미있고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흥미로운 곳이라는 점을 스스로 느끼도록 대화를 나눠 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한 아이가 다닐 학교의 교실이나 운동장들을 찾아 아이 스스로가 학교에 익숙하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이가 학교에 가는 것에 대해 불안을 표현한다고 해서 등교하지 않고 집에 있도록 허락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스트레스 받는 아이들
흔히 스트레스는 어른에게만 생긴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아이들도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실제로 어른들이 느끼기에는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른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아이가 느끼는 스트레스가 당연히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 아이는 스트레스에 대한 대비와 해결이 서툴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 증상을 표현하는 것도 어른들과 다릅니다. 아이는 어떤 상황이 익숙하지 않거나 두렵거나 고통스러울 때, 또는 자신이 없거나 싫은 일을 해야 할 때 스트레스를 느낍니다. 예를 들면, 새로운 환경, 친구의 따돌림, 부모의 말다툼, 이혼 등 수많은 상황이 아이들에게 스트레스가 되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과외 공부의 행렬이나, 아무 할 일 없는 무료함도 모두 참기 어려운 스트레스입니다. 특히, 스트레스를 심하게 느끼는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것을 거부하며, 그 이유에 대해서 그냥 짜증만 내고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특별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등교를 거부한다면 부모들은 아이가 혹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지나친 스트레스가 자녀의 건강, 행동, 생각 그리고 기분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나 않는지, 주의해서 관찰하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에 관심과 인내심을 갖고 들어줘야 합니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화목한 가정, 자신감을 길러주는 학교, 충분한 수면, 적절한 영양 섭취, 그리고 적당한 휴식과 운동입니다.
산만하거나 학습장애를 겪는 아이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아이가 학습에는 문제가 없는지 체크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수업을 받아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가 혹시라도 지능이 떨어지거나 숨겨져 있던 정서적인 문제로 인한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부를 못하는 것만 가지고 무조건 학습장애라고 생각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학습 장애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운동 및 언어 발달의 지연, 인지기능 및 개념 형성 발달의 저하 여부 등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세심히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치료방법은 아이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지만 장애가 되는 학습을 직접 교습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읽기, 쓰기, 셈하기 등의 취약한 부분을 아이에게 개별화된 프로그램을 짜서 반복적 훈련과 연습을 시키는 것입니다.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는 연습도 효과적입니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는 행동상의 문제가 있는 것이 특징적으로 나타납니다. 이 질환이 있는 아이들은 과잉행동을 보이고 충동적이며, 몇 분 동안도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합니다. 예를 들어 수업 중 제자리에 앉아있지 못하고 왔다 갔다 하거가 화장실이나 물을 먹으러 자꾸 간다고 하거나, 잘 떠들고, 잘 싸우는 경우가 이 질환의 전형적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치원과는 달리 초등학교 생활은 좀 더 규율이 있습니다. 따라서 주의력이 떨어지거나 행동이 많은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어느 정도 드러납니다.
이런 아이들은 자신 뿐 아니라 가족 전체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때로는 자신의 행동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좋아지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 문제 행동은 질환에 의한 것이므로 무조건 꾸짖거나 야단을 쳐서 교정하려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입니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는 치료를 받아야 할 하나의 질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따라서 부모로서 아동의 질병에 대해 잘 이해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며 부모,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담당 교사 등이 함께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 아동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상의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아이가 이런 증상이 있다면 자녀가 일어나고, 밥 먹고, 씻고, 학교에 가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매일매일 일정하게 지키도록 도와주고 가급적이면 백화점처럼 지나치게 자극이 많은 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옷을 잘 입으려면 첫 단추를 잘 잠가야 하듯이 초등학교 입학은 아이에게 세상을 알게 해주는 첫 관문과도 같은 것입니다. 그렇다고 부모의 지나친 걱정은 오히려 아이에게 부담감만 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문제들은 일부 아이에 국한되는 것입니다. 대부분은 아이들은 새로운 상황에 대한 짧은 혼란스러움을 겪고 훌륭하게 적응을 하며 즐겁게 생활을 하므로, 이러한 적응 과정을 이해하고 믿음의 눈으로 아이를 학교로 보내도록 합시다.
본 내용은 참고자료이며, 본인에 맞는 적절한 진단 및 치료를 위해서는 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성바오로병원 정신과 윤수정 교수